조명 회사에서 AI 기업으로, 애큐티브랜즈의 전환 전략

북미 최대 조명 기업 애큐티브랜즈가 AI로 체질을 바꾼 전략을 분석합니다. 고객 검색, 공급망, 지능형 공간 세 축의 도입 과정과 성과를 정리했습니다.
May 26, 2026
조명 회사에서 AI 기업으로, 애큐티브랜즈의 전환 전략

전통 제조 기업이 AI 도입으로 성과를 만든 방법

성과를 만드는 AI 도입은 기술을 사는 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지 정하고, 조직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구조로 단계를 설계해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데요. 북미 최대 조명·빌딩 관리 솔루션 기업인 애큐티브랜즈(Acuity Brands)는 이 과정을 정교하게 밟아 제조사에서 데이터 기반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습니다.

오늘은 애큐티브랜즈가 AI를 어디에, 왜, 어떻게 도입했는지 세 가지 축으로 살펴보고, AI 전환을 고민하는 조직이 가져갈 만한 시사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애큐티브랜즈가 마주한 AI 전환의 출발점

애큐티브랜즈가 마주한 3가지 과제

애큐티브랜즈는 5,000개가 넘는 제품군과 32개 브랜드, 14개의 독립 웹사이트를 운영합니다. 제품과 브랜드가 많다보니 제품 카탈로그 구조가 복잡해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찾기 어려웠고, 공급망에서는 150,000개가 넘는 SKU를 사람이 직접 추적하는 방식에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특히 문제의 본질은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검색은 정적인 시스템에 묶여 있었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는데 원인을 빠르게 짚어내기 어려웠습니다. 애큐티브랜즈는 이 지점을 기술로 덮어두는 대신, 고객 경험과 공급망, 지능형 공간이라는 세 영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풀어갔습니다.

첫 번째 축, 고객 경험을 바꾼 AI 검색

AI 검색 도입 전후 변화

복잡한 카탈로그는 B2B 고객에게 곧 이탈 요인이 됩니다. 원하는 제품 사양을 찾지 못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큐티브랜즈는 디지털 전환 파트너 RDA, AI 검색 플랫폼 코베오(Coveo)와 협력해 맞춤형 B2B 검색·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됩니다. 검색 페이지 클릭률은 70%에서 85%로 올랐고, 신제품과 카탈로그 데이터 로드 시간은 72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습니다. 고객은 검색 결과 화면에서 곧바로 사양서를 내려받고 제품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고요. 검색 경험을 바꾸자 타임투마켓 역량까지 함께 올라간 셈입니다.

두 번째 축, 공급망을 다시 설계한 에이전틱 플래닝

에이전틱 플래닝 핵심 구조

세 축 가운데 조직 체질을 가장 크게 바꾼 영역은 공급망입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제품군의 수요 변화를 담당자가 엑셀 피벗 테이블로 추적했고, 장기 리드타임 주문 데이터와 실제 수요 데이터가 따로 놀아 재고가 남는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애큐티브랜즈는 레거시 ERP를 통째로 교체하는 대신, o9 솔루션즈의 디지털 브레인 플랫폼 위에 AI 지능을 얹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무리한 전면 교체를 피하고 검증된 영역부터 지능을 더한 선택이었습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3단계 운영

에이전틱 플래닝 3단계

도입의 핵심은 AI가 문제를 직접 찾아내고 해법을 제안하는 에이전틱 플래닝 구조입니다. 운영 과정은 세 단계로 돌아갑니다.

  • 탐지 : AI가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가 과잉 재고 위험이나 수요·공급 불일치 같은 이상 징후를 스스로 감지해 플래너에게 알립니다.

  • 원인 설명 : 수만 개 SKU 가운데 핵심 품목 20여 개로 범위를 좁힌 뒤, 통계 모델 오류인지 주문 취소인지 수동 수정 실수인지를 추적해 원인을 설명합니다.

  • 조치 제안 : 특정 공장의 구매 주문을 취소하거나 남는 재고를 다른 사이트로 옮기라는 식으로 실행 가능한 행동을 추천합니다.

성과로 이어진 지점

공급망 성과

이 구조는 수요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렸습니다. SKU 단위로 반복되던 예측 편향을 AI가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수정했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구매 주문을 선제적으로 막고 사이트 간 자재를 재배치하면서 고질적인 과잉 재고 부담도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원인을 찾느라 몇 시간씩 피벗 테이블을 헤매던 작업이, AI와 대화하며 몇 분 만에 끝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세 번째 축, 조명을 넘어선 지능형 공간

지능형 공간 사업의 진화

애큐티브랜즈는 조명을 파는 회사에서 건물을 똑똑하게 운영해주는 회사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건물 곳곳에 빛과 소리, 공기를 감지하는 센서를 깔고, 그 데이터를 AI가 읽어 건물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사업입니다. 이를 키우기 위해 2021년 관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록파일 벤처스를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아 자사 센서가 모은 데이터를 AI가 분석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센서 데이터를 멀리 있는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 분석했는데, 최근에는 건물 안에 설치된 기기가 그 자리에서 직접 판단하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연결이 끊겨도 AI가 알아서 냉난방과 조명을 조절하고, 장비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신호를 잡아냅니다. 여기에 건물별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더해, 포춘 500대 기업에 매달 구독료를 받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명 기기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구조에서, 매달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까지 만든 셈입니다.

애큐티브랜즈 사례가 조직에 남기는 시사점

애큐티브랜즈의 전환에서 조직이 가져갈 만한 지점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문제를 먼저 정의했습니다.

AI를 도입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라, 검색 이탈과 과잉 재고라는 구체적인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성과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전면 교체 대신 얹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레거시 시스템을 한 번에 바꾸는 부담을 피하고, 검증된 영역에 지능을 더하며 확장했습니다. 파일럿으로 효과를 확인한 공급망 영역에 집중 투자한 점이 확실한 ROI로 이어졌습니다.

셋째,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습니다.

피벗 테이블을 헤매던 업무가 AI와의 대화로 압축되면서, 구성원의 시간이 분석이 아니라 판단과 실행에 쓰이는 구조로 옮겨갔습니다.

전통적인 조명 하드웨어 제조사였던 애큐티브랜즈는 이 전략을 바탕으로 산업용 기술 기업으로 변모했고, 지능형 공간 부문이 기존 하드웨어의 성장세를 추월하며 연간 약 4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AI 전환은 도구를 들이는 결정이 아니라 조직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지 다시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애큐티브랜즈의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출발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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