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을 거치던 항공기 제조, DLR과 IDS는 어떻게 단절을 없앴나

독일항공우주센터 DLR과 IDS는 설계·실측·로봇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항공기 제조의 단절을 없앴습니다. DiCADeMA 프로젝트의 구조와 성과를 정리했습니다.
May 27, 2026
사람 손을 거치던 항공기 제조, DLR과 IDS는 어떻게 단절을 없앴나

항공기 객실을 조립할 때 구멍 하나의 위치가 몇 밀리미터만 어긋나도 안전과 품질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제조 현장은 오랫동안 작업자가 도면을 보고 자를 대어 위치를 재고, 마킹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습니다. 정밀하지만 느리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차가 끼어들 여지도 남았습니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와 산업용 비전 카메라 제조사 IDS가 함께 진행한 DiCADeMA 프로젝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 다른 접근 방법을 펼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단절이 어디서 생겼고 어떻게 하나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문서와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조직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항공기 제조 현장을 가로막던 단절

항공기 제조 현장의 단절

기존 항공기 제조 공정에는 보이지 않는 단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설계 도면은 디지털로 만들어지는데, 현장 작업은 그 도면을 사람이 다시 읽어 손으로 옮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설계와 생산 사이에 사람의 손이 한 번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단절은 두 가지 비용을 만듭니다.

하나는 시간입니다. 작업자가 위치를 측정하고 재조정하는 데 적지 않은 공수가 들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변경 대응입니다. 좌석 간격이 바뀌어 수하물 칸 위치가 달라지면, 그 변경이 현장까지 정확히 전달되기까지 다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러한 단절을 만드는 문제의 본질은 데이터가 제각각 따로 놀았다는 데 있습니다. 설계 부서의 CAD 데이터, 현장 카메라가 찍은 실측 데이터, 로봇의 위치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어지지 못했던 거죠.

DiCADeMA 프로젝트가 겨눈 목표는 이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것, 이른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세 갈래 데이터를 하나로 묶은 방식

3종 데이터 통합 구조

DiCADeMA는 Digital Cabin Architectures and Design for Manufacturing의 약자로, DLR이 주도한 항공기 객실 제조 디지털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 핵심은 따로 놀던 세 종류의 데이터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한 것입니다.

통합된 데이터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는 설계의 기준이 되는 CAD 데이터입니다. 둘째는 IDS의 Ensenso 3D 카메라가 현장 구조물을 찍어 만든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 즉 실측 데이터입니다. 셋째는 로봇이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로봇 데이터입니다.

이 셋이 한 체계 안에서 맞물리도록 설계한 점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입니다.

묶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객실 변경이 생기면, 좌석 간격이나 수하물 칸 위치 같은 정보가 디지털 설계 데이터에 직접 기록되어 생산 계획으로 자동 전달됩니다. 물리 부품을 만들기 전에 변경안을 시뮬레이션으로 먼저 검증하고, 디지털 검증이 끝나면 곧바로 생산에 들어갑니다. 설계 변경이 사람의 재작업 없이 생산 쪽으로 흐르는 구조입니다.

현장에서는 Ensenso N36 카메라가 실제 구조물을 3D 포인트 클라우드로 촬영해 CAD 데이터와 대조합니다. 설계상의 위치와 실제 구조물의 위치 사이에서 사람 눈으로 잡기 어려운 미세 편차를 계산해, 정확한 보정 값을 산출합니다.

이 값이 흩어지지 않도록 통신도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카메라, 로봇, 제어 시스템은 OPC UA라는 표준 인터페이스 하나로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그 중심에서 제조실행시스템(MES)이 모든 하위 공정을 통제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로봇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제어 명령으로 변환합니다. 여러 변환 단계를 거치며 데이터가 새거나 어긋날 여지를 줄인 셈입니다.

정리하면, 설계 데이터에서 시작해 시뮬레이션 검증, 현장 실측, 로봇 제어, 품질 이력까지 데이터가 끊기지 않고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흐르도록 만든 것이 이 프로젝트가 말하는 데이터 일원화의 본질입니다.

통합된 데이터가 움직이는 공정 흐름

데이터가 움직이는 4단계 공정

이렇게 묶인 데이터 위에서 자율이동로봇, 로봇 팔, 3D 비전 카메라가 하나의 공정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항공기 프레임 목업을 대상으로 시연된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단계 : 로봇의 목표 구역 접근

자율이동로봇이 디지털 설계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업 구역까지 이동합니다. 이 로봇의 위치 정확도는 약 5밀리미터 수준으로, 카메라가 충돌 없이 촬영 위치에 도달하도록 받쳐 줍니다.

2단계 : 3D 비전 기반 정밀 정렬

로봇 팔에 장착된 Ensenso 카메라가 구조물을 촬영하고, 포인트 클라우드를 CAD 기준 데이터와 비교해 보정 값을 계산합니다.

3단계 : 위치 보정과 마킹

MES가 이 보정 값을 로봇 제어 명령으로 변환하면, 로봇이 정확한 드릴링 위치를 자동으로 마킹합니다.

4단계 : 작업자와의 협업

로봇이 위치를 잡아 마킹해 두면, 뒤따르는 작업자가 그 자리를 바로 드릴링합니다. 설치 지점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로봇과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서 안전하게 함께 일합니다.

사람을 공정에서 빼는 방식이 아니라, 측정과 정렬이라는 소모적인 일을 데이터와 로봇에 맡기고 사람은 판단과 마무리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나눈 점이 눈에 띕니다.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얻은 성과

데이터 일원화로 얻은 성과

데이터를 한 흐름으로 묶으면서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함께 풀렸습니다.

  • 설계 변경의 자동 전파 : 설계 부서가 도면을 수정하면, 일원화된 데이터 체계를 타고 현장 로봇의 마킹 위치까지 반영됩니다. 사람이 중간에 끼어들어 로봇을 다시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줄었습니다.

  • 정밀도와 반복성 향상 : 카메라 기반 정렬을 통해 사람의 눈으로 잡기 어려운 미세 편차까지 보정하면서, 같은 품질을 반복해서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완전한 이력 추적 : 어떤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로봇이 언제 어떤 실측 데이터를 보고 작업했는지가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기록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역추적이 가능한 품질 보증 체계가 데이터로 쌓입니다.

  • 작업자 부담 경감과 시간 단축 : 위치 측정이라는 시간 소모적 업무를 로봇이 전담하면서 숙련 작업자는 본질적인 조립과 검수에 집중하고, 수작업 측정과 재조정이 사라지면서 전체 공정 시간도 줄었습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 데이터 구조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데이터 구조에 있습니다. Ensenso 카메라가 미세 편차를 읽고 보정 값을 계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설계 데이터와 현장 실측 데이터가 같은 기준 위에서 맞물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AI가 판단할 재료가 하나의 흐름으로 정돈돼 있었던 셈입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아무리 좋은 모델을 얹어도 무엇을 기준으로 무엇과 비교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설계, 실측, 제어 데이터가 한 흐름으로 이어져 있으면, AI는 사람이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편차를 계산하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DiCADeMA가 실제로 손본 지점이 여기입니다. AI가 읽고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 구조를 먼저 정돈한 일이 자동화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자동화를 도입할 때 시선은 보통 알고리즘 성능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AI가 알아서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게 만드는 힘은 판단의 근거가 될 데이터가 끊기지 않고 연결돼 있는지에서 나옵니다. 카메라와 로봇은 그 위에서 움직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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